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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헤: 시간이 멈춘 중세의 보석 운하 도시

by 오늘도 체크인 2025. 8. 21.

 서유럽의 작은 나라 벨기에(Belgium)에 위치한 도시 브뤼헤(Brugge)는 '다리'를 뜻하는 고대 노르웨이어 'Bryggja'에서 유래한 이름처럼 수많은 운하와 다리로 연결된 낭만적인 도시입니다. 14세기에 유럽의 주요 무역 도시로 번성했던 이곳은 중세 시대의 건물과 거리가 놀랍도록 잘 보존되어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줍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그 아름다움이 뛰어나며, '북쪽의 베니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운하 도시 벨기에 브뤼헤

1. 중세의 흔적을 간직한 운하 도시, 브뤼헤

 브뤼헤의 첫인상은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따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좁은 돌길은 과거의 역사를 속삭이는 듯합니다. 화려한 고딕 양식의 건축물과 로맨틱한 운하 풍경은 도시의 어느 곳에서든 아름다운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완벽한 배경이 됩니다. 도시의 크기가 작아 주요 명소들을 걸어서 모두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브뤼헤 여행의 큰 매력입니다.

 브뤼헤의 역사는 13세기부터 15세기에 걸친 황금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북유럽의 상업 네트워크인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의 핵심 도시이자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였죠. 특히 고품질의 양모 직물 산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고, 이 부는 오늘날 우리가 보는 화려한 길드 하우스와 공공 건물들의 건축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16세기 이후, 인근 운하가 점차 얕아지고 경쟁 도시인 안트베르펜(Antwerp)이 새로운 무역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브뤼헤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쇠퇴 덕분에 도시는 대규모 재개발이나 파괴의 위기를 모면하고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19세기 말부터 관광지로 재조명받기 시작한 브뤼헤는 2000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명실상부한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거듭났습니다.

2. 중심 광장과 종탑, 역사의 심장

 브뤼헤의 중심에는 두 개의 광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가장 활기찬 마르크트 광장(Markt Square)이고, 다른 하나는 시청사가 있는 고즈넉한 부르크 광장(Burg Square)입니다.

  • 마르크트 광장(Markt Square): '시장'을 의미하는 마르크트 광장은 중세 시대부터 도시의 경제적, 사회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광장 중앙에는 1302년 황금 박차의 전투에서 플랑드르 민족을 이끌었던 독립 영웅 얀 브레델(Jan Breydel)피터 드 코닝크(Pieter de Coninck)의 동상이 우뚝 서 있습니다. 광장을 둘러싼 화려한 길드 하우스 건물들은 과거 상인들의 부를 상징하며, 각기 다른 장식과 색상으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높이 83m의 웅장한 종탑(Belfry of Bruges)입니다. 366개의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종탑 꼭대기에 서면 브뤼헤 시내와 아름다운 운하, 그리고 멀리까지 펼쳐지는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종탑 내부에는 14세기의 재무부와 도시의 문서들이 보관되었던 보물창고가 있으며, 꼭대기에서는 47개의 종이 자동으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카리용(Carillon) 선율이 시간에 맞춰 울려 퍼져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합니다.
  • 부르크 광장(Burg Square): 마르크트 광장 바로 옆에 위치한 이 광장은 7세기부터 브뤼헤의 정치적, 종교적 중심지였습니다. 광장을 둘러싼 다양한 건축물들은 브뤼헤의 복잡한 역사를 보여줍니다. 14세기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브뤼헤 시청사(Stadhuis van Brugge)는 뾰족한 첨탑과 정교한 조각상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으며, 내부의 고딕 홀은 특히 아름답습니다. 시청사 옆에는 12세기 십자군 전쟁 때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 예수의 성혈이 보관되어 있는 성혈 성당(Basilica of the Holy Blood)이 있습니다. 외관은 소박하지만, 매주 금요일마다 이 성혈을 공개하는 의식이 열려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곳입니다. 광장에는 르네상스 양식의 구 민사 기록 보관소(Oude Civiele Griffie)와 바로크 양식의 사법부 건물도 있어 다양한 건축 양식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3. 운하와 다리, '북쪽의 베니스'를 거닐다

 브뤼헤의 운하는 이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운하를 따라 걷거나, 보트 투어를 하며 도시를 감상하는 것은 브뤼헤 여행의 필수 코스입니다.

  • 로젠호드카이(Rozenhoedkaai): '장미 화관의 부두'라는 뜻의 이곳은 브뤼헤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 스팟 중 하나입니다. 중세풍 건물들과 운하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특히 해 질 녘이나 밤에 방문하면 고풍스러운 가로등 불빛이 운하에 반사되어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 장소는 브뤼헤의 로맨틱한 이미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풍경으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습니다.
  • 운하 보트 투어: 약 30분간 진행되는 운하 보트 투어는 브뤼헤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숙련된 선장이 들려주는 도시의 역사와 건물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으며,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시점에서 도시의 구석구석을 탐험할 수 있습니다. 좁은 운하를 따라 흘러가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로운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 미네워터 공원(Minnewater Park): '사랑의 호수'라고도 불리는 이 공원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 호수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건너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호수 주변에는 하얀 백조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습니다. 이곳은 운하 투어의 시작점이자, 브뤼헤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낭만적인 장소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다리들과 운하를 따라 산책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브뤼헤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4. 브뤼헤의 숨겨진 보물들

메인 관광지 외에도 브뤼헤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숨겨진 장소들이 많습니다.

  • 베긴회 수녀원(Begijnhof):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 수녀원은 13세기 초에 세워진 곳으로, 종교적 서원을 맹세하지 않고도 독신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던 여성들, 즉 '베긴회(Beguines)'가 거주하던 공간입니다. 하얀 벽과 고요한 정원,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로운 분위기는 번잡한 도시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잠시 쉬어가기에 완벽한 장소입니다. 현재는 베네딕트 수녀들이 살고 있어 조용히 방문해야 합니다.
  • 성 요한 병원(Sint-Janshospitaal): 12세기부터 1978년까지 실제로 운영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병원 중 하나입니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며, 중세 시대의 병실과 약제실, 그리고 환자들을 돌보던 수도사들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특히 플랑드르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인 한스 멤링(Hans Memling)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대표작인 '성 우르술라 성유물함(Shrine of St. Ursula)'은 정교한 세부 묘사와 아름다운 색감으로 예술 애호가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 풍차와 운하변 산책길: 브뤼헤의 북동쪽 외곽에는 중세 시대에 곡물을 빻던 4개의 풍차가 남아있습니다. 그중 '신트 얀스하위스 풍차(Sint-Janshuismolen)'와 '쾰레베이 풍차(Koeleweimolen)'는 방문객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운하를 따라 이 풍차들까지 걸어가는 길은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산책 코스입니다.

5. 브뤼헤의 미식과 문화, 초콜릿과 맥주

벨기에의 다른 도시들처럼 브뤼헤 역시 미식의 도시입니다. 특히 초콜릿과 맥주는 브뤼헤를 대표하는 특산물입니다.

  • 초콜릿: 브뤼헤는 수제 초콜릿의 천국입니다. 약 50여 개의 초콜릿 가게가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각 가게마다 고유의 레시피와 예술적인 디자인을 자랑합니다. 벨기에 초콜릿은 코코아 함량이 높고 100% 코코아 버터만을 사용하여 풍부한 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입니다. 더 초콜릿 라인(The Chocolate Line)이나 뒤몽(Dumon) 같은 유명 초콜릿 가게를 방문해 보세요. 일부 가게에서는 초콜릿 제작 시연도 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 벨기에 맥주: 벨기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생산하는 나라입니다. 브뤼헤의 펍에서는 수도원 맥주인 트라피스트(Trappist), 자연 발효 맥주인 람빅(Lambic), 그리고 과일 맥주 등 수백 가지의 맥주를 즐길 수 있습니다. 각각의 맥주에 맞는 전용 잔에 담아 마시는 것이 전통입니다. 브뤼헤에는 '드 할베 만(De Halve Maan)'이라는 현지 양조장이 있어, 맥주 투어를 통해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고 신선한 맥주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 그 외 미식: 바삭한 감자튀김인 프리츠(Frites)는 벨기에의 국민 간식입니다. 특유의 소스와 함께 맛볼 수 있으며, 와플도 브뤼헤를 대표하는 먹거리입니다. 특히 '브뤼셀 와플'과 '리에주 와플' 두 가지 종류가 있으며, 길거리에서 갓 구운 따뜻한 와플을 맛보는 것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