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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황량한 초원 위, 오아시스처럼 빛나는 도시 사마르칸트(Samarkand)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역로였던 실크로드의 중심지였습니다. 기원전부터 동서양을 잇는 중요한 거점이었던 이곳은 특히 14세기말, 중앙아시아를 통일한 영웅 아미르 티무르(Amir Timur)가 수도로 삼으면서 전례 없는 번영을 누렸습니다. 티무르는 제국의 모든 부와 예술적 역량을 동원하여 사마르칸트를 '세계의 거울'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현재까지도 그 시대의 화려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사마르칸트는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이자 이슬람 건축 예술의 위대한 박물관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1. 실크로드의 심장, 역사 속 영광
사마르칸트는 기원전 7세기부터 도시가 형성되었고, 동서양 문명의 만남의 장 역할을 했습니다. 페르시아, 알렉산더 대왕, 몽골 제국의 침략과 지배를 거치며 여러 문화가 융합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마르칸트의 가장 빛나는 시절은 단연 티무르 제국(Timurid Empire) 시대였습니다. 티무르는 정복한 도시의 예술가, 장인, 과학자들을 모두 사마르칸트로 데려와 도시를 재건하고 발전시켰습니다. 덕분에 사마르칸트는 단순한 정치적 수도를 넘어, 예술과 학문의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티무르의 손자이자 위대한 천문학자였던 울루그 베그(Ulugh Beg) 시대에는 천문대와 대학이 세워져 과학 혁명의 발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사마르칸트는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며, 실크로드의 로망을 간직한 도시로 남아있습니다.
2. 레기스탄 광장, 이슬람 건축의 정수
사마르칸트의 심장부이자 상징인 레기스탄(Registan) 광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세 개의 마드라사(이슬람 신학교)가 광장을 에워싸고 있으며, 이 건축물들의 화려함은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 울루그 베그 마드라사(Ulugh Beg Madrasah): 15세기에 지어진 가장 오래된 마드라사로, 울루그 베그가 직접 수학, 천문학, 철학을 가르쳤던 곳입니다. 정교한 기하학적 문양과 푸른빛 모자이크 타일이 특징입니다.
- 셰르 도르 마드라사(Sher-Dor Madrasah): '사자를 품은'이라는 뜻처럼, 입구 아치에 태양을 등지고 있는 두 마리의 사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이슬람 전통에서 보기 드문 동물 형상으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 틸랴 코리 마드라사(Tillya-Kori Madrasah): '금박을 입힌'이라는 뜻을 가진 마드라사입니다. 내부 모스크는 이름 그대로 화려한 금박 장식으로 뒤덮여 있어 눈부신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이 세 마드라사는 티무르 제국의 건축 기술과 예술적 역량이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걸작들입니다. 특히 해 질 녘에 황금빛으로 물드는 모습은 잊을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3. 티무르 제국의 영광, 유적지 탐방
레기스탄 광장 외에도 사마르칸트에는 티무르 제국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수많은 유적지들이 있습니다. 이 유적지들은 사마르칸트의 깊은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합니다.
- 구르 아미르(Gur-e-Amir) 영묘: 티무르와 그의 아들, 손자 등 티무르 왕조의 인물들이 묻힌 영묘입니다. 특히 에메랄드색과 푸른색의 돔과 내부의 금박 장식은 티무르 제국의 건축 미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
- 샤히 진다(Shah-i-Zinda) 영묘군: '살아있는 왕'이라는 뜻의 이곳은 수십 개의 무덤과 모스크가 길게 늘어서 있는 신성한 장소입니다. 화려한 타일 모자이크와 돔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 비비 하눔 모스크(Bibi-Khanym Mosque): 티무르가 자신의 부인을 위해 지었다는 전설을 가진 거대한 모스크입니다. 비록 지진으로 인해 일부가 훼손되었지만, 그 웅장한 규모만으로도 당시의 위용을 짐작하게 합니다.
- 울루그 베그 천문대(Ulugh Beg Observatory): 울루그 베그가 15세기에 건설한 천문대 유적입니다. 정교한 관측 기구의 흔적은 당시 이슬람 천문학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줍니다.
4. 문화와 전통, 사마르칸트의 삶
사마르칸트는 역사적인 유산뿐만 아니라, 풍요로운 삶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은 우즈베키스탄의 전통과 일상이 어우러져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 전통 시장 시압 바자르(Siab Bazaar): 레기스탄 광장 근처에 있는 시압 바자르는 사마르칸트의 활기찬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향신료,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인 빵인 '논(Non)'을 맛볼 수 있습니다.
- 미식의 즐거움, 플로프(Plov):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인 음식인 볶음밥 '플로프'는 사마르칸트에서도 가장 유명한 요리입니다. 양고기와 당근, 쌀을 함께 볶아 만드는 플로프는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입니다.
- 수공예품: 실크 카펫, 도자기, 자수 등 티무르 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 수공예품들은 훌륭한 기념품이 됩니다.
5. 사마르칸트 여행, 실용적인 팁
사마르칸트를 더욱 알차게 여행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드립니다.
- 최적의 방문 시기: 낮에는 온화하고 밤에는 선선한 봄(4~5월)과 가을(9~10월)이 여행하기 가장 좋습니다.
- 교통: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까지는 고속 열차인 아프로시압(Afrosiyob)을 이용하면 편리하고 빠릅니다. 시내에서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숙소: 레기스탄 광장 근처에 다양한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있으며, 대부분의 명소는 도보로 이동 가능합니다.
- 의상: 모스크나 영묘를 방문할 때는 노출이 심하지 않은 옷을 입는 것이 좋습니다.